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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천하 유아독존

무진공방주얼리 2006. 3. 11. 10:24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흰색 노루귀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만의 독특한 얼굴을 가지고 산다. 이 세상에는 비슷한 얼굴도 많지만 요모조모 뜯어보면 같은 얼굴은 하나도 발견할 수 없다. 루소가 그의 참회록 첫머리에서 '나를 만든 주형 (鑄型)은 내가 태어남과 동시에 깨뜨려졌다. 이 세상 어디에도 나와 같은 사람은 없다' 고 한 말은 참으로 옳은 말이다. 얼굴이 다른 만큼 사람의 개성(個性)도 천차만별이다. 유형(類型)별로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있을지 언정 완전동일인은 있을 수 없다. 개인주의(個人主義)는 이 세상 어디에도 자신과 동일한 사람이 있을 수 없다는, 있지 않다는 인식을 전제로 출발한다. 인간이 누구와도 같지 않은 고유한 개성의 독자적 존재라는 사실은 누구에게도 간섭받을 수 없는 자유와 권리가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의 권리는 누가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생래적 (生來的)인 것이며 천부적(天賦的)인 것이다. 천부인권사상(天賦人權思想)의 기초는 인간은 누구에 의해 피조(被造)된 것도 조정되어 지는 존재도 아니라 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인간현실(人間現實)은 이같은 권리의 주장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아예 무시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는 나머지 타인(他人)의 자유와 권리를 쉽게 침해하고 만다. 여기에서 인간사회의 모든 죄악과 범죄, 부조리가 발생 하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 자유와 권리가 개인에 의해 제약되고 파괴되는 것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이 경우는 당사자들의 의견조정에 의해 어느 정도 문제 의 확산을 막을 수도 있다. 또 해결이 어렵다 해도 그 피해는 개인에 한정된 최소 폭으로 줄일 수 있다. 이에 비해 현대사회 상황의 심각성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서 개인에 대한 집단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는 데 있다. 오늘날의 개인적 삶의 현실은 사회나 국가, 민족과 같은 집단에 의해 제약되고 규정되어 진다. 특정한 개인이 아무리 전쟁을 싫어한다 하더라도 민족 이나 국가와 같은 거대한 타의(他意)에 의해 전쟁의 와중에 휘말리게 된다. 전쟁이 싫다고 총칼을 들지 않으면 병역기피라고 처벌을 받는다. 처벌을 받지 않는다해도 무자비한 총칼앞에 가족이 쓰러지고 자신마저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자위(自衛)를 위해서라도 총칼을 들고 나서야 한다. 결국 개인은 철저한 집단적 타의(他意)에 의해 조정되어지고 범죄(犯罪)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과 개인이 권리주장 때문에 빚어내는 시비보다 피해의 범위가 훨씬 넓고 철저하다는 점에서 더욱 악질적이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동안, 어떠한 개인이라도 사회관계 를 맺지 않고 살 수는 없다. 개인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는 조직속에 들어가게 되면 모든 개인적 자유와 권리는 조직의 이익을 위해 희생해 야 한다. 조직은 그 자체의 이익을 위해 구성원들의 시간 과 정열을 남김없이 뺏아야 한다. 조직은 개인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으로 획일화를 지향한다. 제복을 통일하고 출퇴근 시간을 통제한다. 가급적이면 가치관과 사고방식도 하나로 통일되기를 바라는 것이 조직사회의 생리이다. 현대사회를 특징짓는 몰개성화(沒個性化)와 인간상실의 현실은 단순한 방법에 의해 치유될 수 없는 중증(重症) 에 있다. 어떤 명의(名醫)가 나선다해도 쉽게 처방을 내리고 약을 쓸 수 없게 되어 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유아독존(唯我獨尊)의 뜻은 인간이 모두가 홀로 높다는 인간선언(人間宣言)이다. 모든 인간이 다 독립된 인격을 갖춘 존재이기 때문에 누구도 인간의 자유과 권리를 침해하거나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엄숙한 인간선언인 것이다. 부처님의 인간선언은 실제로 출생과 종성(種姓)에 의해 신분을 결정하는 계급제도(카스트제도)를 전면 부정함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심은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파괴 하는 모든 체제적 모순을 거부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대접해야 함을 깨우쳐 주기 위해서다. 사람은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으며 어떠한 타자(他者) 도 이를 제약해서는 안된다. 또한 사람은 자기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 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타인에 대해서도 그 권리를 인정해야 하며 타인의 인간다운 삶을 침해할 수 없다. 조직은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사는데 방해가 되는 요인 을 제거하는 기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결코 통제기구일 수 없다는 것이 부처님의 뜻이다. 우리는 혹시 내가 다른 사람의 인간다운 삶을 해치는 일을 하지 않았나 반성해야 한다. 누구를 억눌렀거나 억눌림을 당한 사람들 모두가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의 의미를 깊이 음미할 필요가 있다. -혜정(慧淨)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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