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茶이야기 3. )
오룡차(烏龍茶)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중국 오룡차(烏龍茶)의 원산지는 복건성(福建省)이다. 그러므로 오룡품종으로 제조된 차는 모두 복건차(福建茶)의 계열이라 할 수 있다. 문헌에 근거하면 원래 차나무(茶樹)는 모두 야생(野生)하는 것이었다. 이 차나무들은 결코 인공 재배를 거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야생차수이며, 이들의 품종은 또한 완전히 같은 하나의 동일종(同一種)만은 아니었다.
전설에 의하면 어느 한 농부가 차나무 군(茶樹群)을 발견하고, 찻잎을 따려고 다가가 보니, 검은 뱀(黑蛇)이 그 중 한 그루의 차나무를 휘감고 있었다 한다. 농부는 처음에 놀라 뒤로 한 발짝 물러났으나 가만히 살펴보니, 그 검은 뱀이 사람을 공격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농부의 눈에 검은 뱀이 아주 온순하게 보였다.
그래서 농부는 그 검은 뱀이 휘감고 있는 차나무에 조심스레 접근하여 가만히 찻잎을 따기 시작했다. 과연 그 검은 뱀은 농부를 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따온 차잎으로 차를 만들어 마셔보니 차 맛이(茶味) 그야말로 일품이었다고 한다.
이 차가 바로 중국 차의 대명사(代名詞) 격인 “오룡차(烏龍茶)”이다. 중국인들은 본디 뱀을 싫어하고 용(龍)을 좋아하는 습속이 있기 때문에 검은 뱀(黑蛇)을 오룡(烏龍:검은 용)으로 미화(美化)시키고, 이 차(茶)를 가리켜 “오룡차(烏龍茶)”라 이름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복건성(福建省)에서 생산되는 차는 대략 탕색(湯色)으로 구분하면 홍차(紅茶)·녹차(綠茶)·청차(靑茶)·백차(白茶) 등의 네 종류로 볼 수가 있다. 그 중에서도 청차와 백차가 가장 특색이 있다. 백차는 송대(宋代)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지금도 청차는 백차보다 한 수 위에서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복건성의 청차류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무이암차(武夷岩茶)」이다.
무이암차(武夷岩茶)는 무이산(武夷山)의 기암절벽을 뚫고 자라나는데, 무이산은 민북( 北) 숭안현(崇安縣) 남쪽에 위치한다. 무이산에는 서른여섯 개의 봉우리가 있고, 아흔아홉 개의 기암(奇巖)이 장관을 이룬다. 그 중 최고봉은 삼인봉(三仁峰)으로서 높이가 해발 700여 미터에 이른다. 구곡계(九曲溪)가 산 골짜기 마다 휘감고 흐르고 있어 기암절벽들이 서로 앞을 다퉈 얼굴을 비추니 그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차의 생산이 가장 번성할 때엔 매 봉우리와 매 기암(奇巖)마다 모두 차창(茶廠:차를 만드는 공장)이 있었다고 한다. 무이산에서 생산되는 차는 그 종류가 다양한 만큼 그 맛의 고저(高低)가 현저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 생장지(生長地)에 의해 분류해 보면 대체로 세 종류로 나눌 수가 있다.
첫째, 산봉우리의 암벽에서 채취하여 만든 차를 “암차(岩茶)”라고 하는데, 이 품종은 맛과 향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에 “기종(奇種)”이라고 한다.
둘째, 계곡 주변에서 채취한 차를 “주차(洲茶)”라고 하는데, 그 맛과 향이 우수하나 암차(岩茶)보다 약간 뒤떨어진다하여 “명종(名種)”이라고 한다.
셋째, 산과 계곡주변 사이에서 채취한 것을 “반암차(半岩茶)”라고 한다.
무이암차(武夷岩茶)의 상품에 속하는 기종(奇種) 중에서도 특히, 높은 기암절벽에 매달려 생장하거나 높은 바위 틈에서 생식하는 차나무에서 채엽한 차는 다른 찻잎과 절대 혼합하지 않고, 별도로 그 우수한 특징을 유지하여 제차(制茶)하는데, 이를 가리켜 “단총기종(單欉奇種)”이라고 칭한다. 그 품질은 매우 우수하여 “기종(奇種)”보다는 맛과 향이 월등하다.
대만(臺灣)은 복건성과 더불어 오룡차의 명산지로 유명하다. 어찌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나 외국인들에게 대만의 오룡차가 중국 복건성의 오룡차보다 더 낯익을지도 모른다. 오룡차는 대만에서 생산되는 차 중에서 가장 최초로 만들어진 차이다.
오룡차가 복건성에서 대만으로 전래된 시기는 청나라 가경(嘉慶) 년간(年間:1976~1820년)이며, 도광(道光) 년간(年間:1820~1850년)에 대만에서는 이미 오룡차를 대충 거칠게나마 제작 생산하게 되었다. 그후, 대만에서 조제(粗製:거칠게 제작)된 오룡차는 다시 복건성 복주(福州)로 운반되어져 재차 정제(精製)과정을 거친후 시판되었다.
동치(同治) 4년(1865년)에 이르자 담수(淡水:대북시의 남단을 돌아 대만 북서쪽 바다로 흐르는 강)에서는 이미 외국 서방세계와의 무역왕래가 시작되었는데, 오룡차 8만 2천 2십 2근(斤)이 수출되었다. 이어 동치 8년(1869년)에는 영국 상인이 대만에서 직접 정제한 오룡차 12만 7천 8백근을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였는데 미국 시장에서 크게 환영을 받았다. 청나라 광서(光緖) 7년(1880년)에는 무려 542만 8천 5백 5십 3근이나 수출하였다. 이는 당시 최고의 수출량을 기록하였는데, 당시의 오룡차 생산이 얼마나 흥성했는지를 잘 엿볼 수 있는 한 단면이라 하겠다.
대만의 차종(茶種)은 대부분 오룡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비교적 유명한 청차(靑茶)의 대부분은 품종이 좋은 “청심오룡(靑心烏龍)”으로 제다(制茶)하고 있다.
대만의 오룡차는 중발효차(重醱酵茶)로 그 발효 정도가 70% 가량이다.―지금은 젊은층을 겨냥하여 만들어진 향기 위주의 경발효차가 많이 생산되고 있다.― 그래서 그 맛과 향은 중후하면서도 회감(回甘:마신 후, 입안에서 감도는 단 기운)이 빠르고, 그 향이 오래가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대만에서는 아직도 고대(古代)의 제다법을 이용하여 오룡차를 많이 생산하는데, 그야말로 중국 정통의 오룡차를 생산하고 있다.
고급 오룡차는 “일엽일심(一葉一心: 한 줄기에 한 잎만 달려 있는 것)”으로 제작된 차를 최고로 치는데, 찻잎의 외관은 황갈색(黃褐色)을 띤다. 그리고 찻잎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그 뒷면에는 흰 털이 솜털처럼 송송이 나 있다. 대만(臺灣) 말로 속칭 “팽풍차(膨風茶)”라고도 하는데, 영국인들이나 미국인들은 이를 가리켜 “동방미인차(東方美人茶)”라고 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백호오룡白毫烏龍차이다.)